노아가 세상 밖으로 나올 날이 60일이 채 남지 않았다.
미국에서 태어날 예정인 노아는 미국 이름, 한국 이름이 둘다 필요한데,
미국은 출산 병원에서 바로 출생 신고를 하기때문에
노아의 이름을 지어줘야하는 기한이 60일 안으로 다가온 것이다.
노아 아빠와 상의한 끝에
아기가 나중에 헷갈리지 않도록
영어 이름과 한국 이름의 발음이 같은 이름으로 지어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남편의 성의 돌림자(항렬자)가 '환' 또는 '희' 라는 것.
'환'과 '희'로는 영어 발음과 같은 이름을 지을 수 없다.
이들이 hwan을 제대로 발음할 수 있을까
hee? hui? 희는 어떻게 써야하는지 조차 모르겠다.
돌림자(항렬자)를 써야한다는 어른들 말씀에 순종하고
가족의 문화를 따르는 것이 바른 선택이라고 생각이 먼저 들면서도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 돌림자는 왜 써야하는 건가? '
' 어떠한 의미/의도로 한 사람의 평생의 이름을 미리 정해놓는 걸까? '
■ 돌림자가 뭐길래?
돌림자는 ①형제/자매끼리 이름에 같은 글자를 쓰는 것과
②가문 본관 성씨의 항렬표에 따라 세대에 맞는 한자를 이름에 쓰는 것을 혼용하여 의미한다.
항렬자는 같은 대수의 혈족끼리 같은 한자 이름자가 들어가는 것으로
항렬이 높은지 낮은지를 이름만 보고도 알 수 있게 하기 위한 의도로 쓰기 시작했다.
기원은 돌림자로 친형제간에 같은 이름자를 공유하던 것이
조선 중기 이후 예학의 발달로 사촌, 육촌 이상 형제들까지 범위가 확대되면서 지금의 항렬자 형태로 발전했다.
과거에는 엄마 아빠 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았기에 동부(어머니가 다른 형제), 동복(어머니 아버지가 같은 형제), 동성 형제 간에 썼으며, 주로 고위 귀족 가문과 왕가에서 썼는데,
자신과 마주 앉은 사람의 본관과 이름만 듣고도 항렬을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만연하게 사용되었다.
지금도 검색포털에 본관을 검색해보면 족보책 링크로 항렬표를 볼 수 있다.
항렬표는 마치 수열처럼 각 종파가 채택한 계산법에 따라 붙여져, 앞으로 몇 세대가 더 해지든 어떤 한자를 써야하는지 알 수 있다.
항렬표를 보면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유명인사의 이름과 나이만 보고도 어느 정도 항렬인지 짐작할 수 있다.
- LG의 창업주 구인회 전 회장은 능성 구씨 가문에서 항렬이 꽤 낮은 편으로 90세 연하인 가수 구준회의 형뻘이며,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의 조카뻘이다.
- LG 구광모 회장은 축구선수 구자철의 손자뻘이다.
- 개그맨 김대희는 경주 김씨 판도판서공파로 5살 어린 김종민의 7대손뻘이다.
- 마마무의 김용선(솔라)는 광산 김씨로 43세 연상인 도올 김용옥의 동생뻘이고, 배우 김상중과 김아중의 고모뻘이다.
- 독립운동가 김시현은 안동 김씨로 87세 연하인 김구라의 조카뻘이고 35세 연하인 김두한의 손자뻘이다.
- 개그맨 남창희는 의령 남씨로 개그맨 선배 남희석과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증조할아버지뻘이며, 100년 정도 연상인 독립운동가 남상덕 지사의 아버지뻘이다.
■ 여자 이름에는 돌림자를 쓰지 않나?
여자 자손에게는 항렬자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여자 이름에도 예외없이 항렬자를 적용하는 가문도 있다.
대표적으로 안동 권씨 가문이 있고,
연예인들 중에는, 소녀시대의 써니의 본명인 이순규의 항렬자가 '이O규' 였다고 한다.
가수 신효범 또한 항렬자가 '신O범'이라고.
배우 김아중도 '김O중'의 항렬자를 쓴 이름이다.
또한 특이하게 북한에서는 본관을 따지는 것이 금지되어 항렬자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 요새도 돌림자를 쓰나?
돌림자인지 항렬자인지 알수없으나,
형제끼리 같은 돌림 이름을 쓰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돌림자가 항렬자라고 한들
가문의 족보를 조상의 귀한 흔적으로 여기며 소중히 지켜오는 사람들은 가문의 일부 소수의 사람들이다.
또한 많은 가문의 경우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족보가 소실되었거나
아예 족보 자체가 없는 집안,
종교의 영향으로 항렬을 무시하는 경우 등의 이유로
항렬자를 꼭 이어야하는 전통으로 여기지 않고있다.
항렬자에 상관없이 요즘 유행하는 예쁜 이름으로 짓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꼭 요즘이 아니더라도 이미 호적과 족보상 이름이 다른 경우도 많다.
- 15대 대통령 김대중은 김해 김씨 경파 20세손으로 '현'이 항렬자이지만 이름에 항렬자를 쓰지 않았다.
-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족보상 이름을 김지식이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족보상 이름은 조국현이다.
- 세븐틴 디노의 본명은 이찬인데, 족보상 이름은 이중찬이다.
- 신천지 이만희 교주의 족보상 이름은 이희재이다.
- 16대 대통령 노무현의 형인 노건평의 족보상 이름은 노문현이다.
- 17대 대통령 이명박의 족보상 이름은 이상정이다.
- 배우 설경구의 족보상 이름은 설선환이다.
- 전직 국회의장 문희상의 족보상 이름은 문상호이다.
■ 이름의 의미
아들 이름에 반드시 들어가야한다는 항렬자에 대해서 알아봤다.
내 아들의 항렬자가 어떤 것인지 검색 포털에 검색해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가문의 전통을 본래의 뜻에 맞춰 이어받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이름을 지어야해서 항렬자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 뿐.
보통 어른들이 이름을 지어주실 때
이름대로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어주신다.
나도 노아의 태명을 지을 때
Noah의 히브리어 의미인 '휴식, 평안'한 삶이 되기를,
성경의 노아처럼 하나님 말씀을 잘 들어 방주에 타는 사람이 되었으면ㅎㅎㅎ 하는 마음으로 지었다.
이름의 중요한 의미는
우리 가족의 아이의 삶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한 아이가 세상에 나와서 불리게 될 이름을 짓는 것이다.
결론은 항렬자든 아니든 가족의 의견을 반영한 작명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출산율이 0.78%인 시대에서 항렬자가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설명해줄 수 있는 어른과 부모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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