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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결혼 준비

 

결혼이란 무엇인가?

결혼은 왜 해야하는가?

결혼이라는 형식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결혼을 준비하면서 배우자에게 결혼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 우리 결혼 할까? "

" 결혼이란 무엇일까? 결혼이라는 제도는 도대체 왜 필요할까? "

 

하루 빨리 둘이 함께할 행복한 일상을 꿈꾸는 상대에게

결혼의 의미를 되묻는 것은 불붙은 설레임에 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더군다나 답이 나오지 않는 이런 어려운 질문들 말고도,

집, 예식장, 스드메, 혼수, 상견례 등 당장 실행에 옮겨야하는 수많은 미션들이 존재하며

이 퀘스트들을 수행가능한 상태여야만 '결혼'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되면,

결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되는 시대이다.

 

수많은 퀘스트를 헤치고 결혼식을 치르고 나면,

이제 우리 둘 사이에 나타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평생의 협상'이 시작된다.

365일 언제나 어느때나 주최가 가능한 이 협상에는, 50대 50 완벽한 합의란 없다.

 

놀이터에서 하는 모래빼앗기 놀이처럼

내 차례에 더 많은 이권을 얻으려 노력하고,

마지막 깃발을 무너트리는 사람이 조금 덜 가져가는 식이다. 

 

이 기나긴 과정에서 먼저 지치는 사람이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이러한 증상은 '결혼'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며,

'나의 역할'에 대해서 결심하지 못하고 결혼이라는 제도에 발을 들였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3번째 결혼한 날을 기념하여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내가 어떤 삶을 선택한 것인지

다시 한번 배우고 다짐하는 시간을 가진다.

 

 

출처 - 교보문고 팀켈러, 결혼을 말하다

 

■ 어딘가 잘못된 결혼

 

책의 자극적인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실제 부부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의 답을 내놓은 책이다.

 

목차가 자극적인 만큼,

제시할 해결 방안도 속이 시원하고, 뚜렷한 비법을 내놓을 것 같았지만

 

팀 켈러가 답으로 제시한 본문의 내용을 읽어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들만 눈에 띈다.

 

< 목차 >


결혼하면 불행해질 것이다
01 결혼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으라

이런 남편, 아내와 정말 살고 싶지 않다
02 성령의 도우심으로 자기 중심성과 맞서라

사랑하는데 꼭 혼인신고가 필요하다
03 서로를 책임지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이다

외롭지 않으려고 결혼했다
04 하나님의 언약 안에서 한 몸 되는 것이다

콩깍지가 벗겨졌어도 계속 살아야 하나
05 진실한 사랑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우리 부부. 달라도 너무 다르다
06 '다름'의 복을 누리라

독신은 잘못된 선택인가
07 하나님과 하나 되는 싱글은 아름답다

왜 잠자리는 부부끼리만 해야 하나
08 성생활은 결혼의 언약을 새롭게 하기 위한 것이다

 

 

 

결혼하면 불행해질 것 같다고 말하며 결혼을 망설이는 젊은이들에게,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행하셨던 모습 그대로 배우자를 대한다면,
결혼이 억압적이고 자유를 구속하는 제도가 아니라
진정한 내면의 변화를 이룰 수 있는
하나님이 세우신 놀라운 비밀의 제도가 된다고 말한다.

01 결혼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바로 잡으라 (58~61p 요약)

 

믿음이 없이는 행복할 수 없을거라는 말처럼 들린다.

하나님이 없는 결혼생활은 불행할 수 있다고.

결혼을 한다고 꼭 행복해지는건 아니라고.

 

 

또한 모든 결혼 생활의 문제의 원인을

죄에서 비롯한 '나의 자기중심성'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이기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내가 이기적이어서 불행해지는 것이라는 거다.

 

자기중심성은 상대방의 이기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불쾌해 하며,
억울해 하고, 낙담하지만 자신도 똑같은 성질을 가졌다는 점은 보지 못하게 만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상대의 자기중심성을 자신의 자기중심성으로 받아치는 것이다.

02 성령의 도우심으로 자기 중심성과 맞서라(72p)

 

결혼 생활 중에 배우자와의 문제가 생기면,

우선 결혼 선배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곤 한다.

 

문제의 원인은 대부분 내가 아닌 상대방 배우자에게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왜냐하면 그 모든 문제를 설명한 사람이 바로 '나' 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먼저 관대해서, 나를 중심으로 나의 이해에 맞게 생각하며 말한다.

나의 관점에서 생각한 이 문제의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려면,

내가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고

배우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한다.

 

배우자의 유익을 자신의 이해보다 앞세워야 한다는 제안은

억압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고,

평등하지 못한 관계를 초래한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팀 켈러 목사는 하나님이 만드신 결혼이라는 제도에 필요한 원리는

성령님의 역사하심에 기대어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84p)

 

복음에 기대어 마음의 방향을 돌이켜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가짐이 문제의 핵심임을 받아들이고 해결할 길을 찾아야한다.

 

현명한 어른들의 팁, 전문가의 조언도 좋지만,

먼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사랑해!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성경이 말하는 사랑, 바울이 말한 사랑 말씀을 다시 보니,

자기중심적인 것과 어울리는 내용이 없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고린도전서 13장 4-5절

 

애초에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은 

인간 세상에서 예수님만 온전히 할 수 있고,

인간은 흉내만 낼 수 있는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사랑을 배워나가는 훈련을 하는 것 뿐.

 

하지만 현생은 오늘도 무언가 마음에 안드는 것 투성이이다.

 

책을 통해 속 시원하게 문제를 해소할 방법을 찾을 수는 없지만,

결혼의 정의를 다시 내려볼 수 있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의미에 대해, 

그 안에서 나의 역할에 대해,

목표를 세우고 다짐을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빈지노가

" 결혼생활도 나의 커리어를 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고 말했다.

 

이 책과 참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에 집중하지않고,

나의 '사랑함'에 집중하여

한 단계 한 단계를 쌓아나간다면

면면은 부족하더라도

내가 바라던 결혼과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 (요일 4:19)

 

출처 - 영화 엘리멘탈
출처 - 영화 엘리멘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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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주인자 선언 > 을 읽어봤는가.

 

< 쾌락독서 > 를 읽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그 이유는 300페이지 여간 책에 대한 찬양만 늘어놓는 이 책이 매력적이게 읽히려면,

저자의 행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로지 저자에 대한 호감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매달 중앙일보에 오피니언 칼럼을 한 면씩 쓰셨다.

그 당시면 아직 베스트셀러 작가, 드라마 원작 소설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전이다.

1,000자도 안되는 하나의 글이 사회초년생들 사이에서 카톡 링크로 공유됐던 기억이 있다.

내가 직장생활 2년차가 막 되던 시점이라 기억한다.

 

 

 

중앙일보 오피니언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

새해 첫 칼럼이다. 거창하기만 한 흰소리 말고 쓸모 있는 글로 시작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부장 직함을 달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을 포함한 전국 다양한 직장의 부장님들 및
이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분들이 명심할 것들을 적어 보겠다. 경어체가 아님을 용서하시라.


저녁 회식 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친구도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고 있는 시간뿐이다.
할 얘기 있으면 업무시간에 해라. 괜히 술잔 주며 ‘우리가 남이가’ 하지 마라. 남이다. 존중해라.
밥 먹으면서 소화 안 되게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자유롭게들 해 봐’ 하지 마라. 자유로운 관계 아닌 거 서로 알잖나.
필요하면 구체적인 질문을 해라. 젊은 세대와 어울리고 싶다며 당신이 인사고과하는 이들과 친해지려 하지 마라.
당신을 동네 아저씨로 무심히 보는 문화센터나 인터넷 동호회의 젊은이를 찾아봐라.
뭘 자꾸 하려고만 하지 말고 힘을 가진 사람은 뭔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뭔가를 할 수도 있다는 점도 명심해라.


부하 직원의 실수를 발견하면 알려주되 잔소리는 덧붙이지 마라. 당신이 실수를 발견한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위축돼 있다. 실수가 반복되면 정식으로 지적하되 실수에 대해서만 얘기하지 인격에 대해 얘기하지 마라.
상사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처음부터 찰떡같이 말하면 될 것을 굳이 개떡같이 말해 놓고 찰떡같이 알아들으라니
이 무슨 개떡 같은 소리란 말인가.


술자리에서 여직원을 은근슬쩍 만지고는 술 핑계 대지 마라. 취해서 사장 뺨 때린 전과가 있다면 인정한다.
굳이 미모의 직원 집에 데려다 준다고 나서지 마라. 요즘 카카오택시 잘만 온다.
부하 여직원의 상사에 대한 의례적 미소를 곡해하지 마라. 그게 정 어려우면 도깨비 공유 이동욱을 유심히 본 후
욕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는 요법을 추천한다. 내 인생에 이런 감정이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용기 내지 마라.
제발, 제발 용기 내지 마라.

‘내가 누군 줄 알아’ 하지 마라. 자아는 스스로 탐구해라. ‘우리 때는 말야’ 하지 마라.
당신 때였으니까 그 학점 그 스펙으로 취업한 거다. 정초부터 가혹한 소리 한다고 투덜대지 마라. 아프니까 갱년기다.
무엇보다 아직 아무것도 망칠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하려면 이미 뭔가를 망치고 있는 이들에게 해라. 꼰대질은, 꼰대들에게.

문유석 판사·『미스 함무라비』 저자  2017.01.30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189114

 

 

 

이 글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자,

다음 칼럼의 제목을 " 부장님들께 원래 드리려던 말씀 "으로 올리셨다.

 

적어도 < 개인주의자 선언 >을 읽은 사람이라면,

다음 글의 제목만 보고도 ㅋㅋㅋㅋ 를 날릴 수 밖에 없다.

 

이 분은 무려 서울대 법대에 하버드 로스쿨 석사를 졸업하신 판사시다.

게다가 부장 판사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1969년생으로 우리네 부모님뻘이시다.

하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이 굉장한 MZ미는 무엇일까.

 

뿐만아니라 드라마 < 미스함무라비 >와 < 악마판사 > 의 원작 소설을 집필하셨다.

 

나도 직장생활 10년 안되게 하고도 젊은 꼰대 소리를 듣곤 하는데,

30년을 판사 생활을 하고 어디에서 저런 신세대미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

 

< 쾌락독서 > 를 읽으며 발견한 것은,

수 십년동안 읽어온 반항적인(?) 책들 속에

변하지 않는 젊음(?)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다른 부장님과 다른 인간미는 

그가 읽은 다양한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책 속의 책, 문유석 판사가 추천하는 책 목록 > 

 

김만중, 『구운몽』, 정병설 옮김, 문학동네, 2013
김연수, 『소설가의 일』, 문학동네, 2014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난다, 2013
무라카미 하루키, 「예스터데이」, 『여자 없는 남자들』, 양윤옥 옮김, 문학동네, 2014
로라 베이츠, 『감옥에서 만난 자유, 셰익스피어』, 박진재 옮김, 덴스토리, 2014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커, 『빈 서판』
위화,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위화, 『인생』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서은국, 『행복의 기원』
홍은택,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이동진, 『이동진 독서법』

...
< 쾌락독서 > 문유석 판사, 2018

 

 

이 책들을 소개하는 판사님은 글 속에서 엄청 진지하고 신나있으시다.

수 십년을 읽어도 매번 새로운 글 앞에서 진지해지는 모습이 

젊은 생각을 유지하는 비결일지도 모른다.

 

판사님의 본 모습은 

쉬는 날이면 딸들과 TV를 피해 캠핑 의자를 들고 옥상에 올라가서 해를 쬐며 책을 읽는다는 책덕후 아저씨인데,

실제로 보면 우리네 아버지의 주말 도피의 모습 뿐일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운치있고 느낌있고 지적여보이기까지 한다.

 

그의 평생의 ' 확신의 행복한 글 읽기 ' 가

문장에서 솔직함과 거침없음으로 발현되어

" 글쓰기와 읽기는 행복해!!! " 하는 음성 지원을 듣게한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도 계속해서 글을 읽고 싶게 만든다.

 

정말 '독서'의 '쾌락'을 부르는 책이다.

 

저자가 ' 나 평생 책만 읽었어요! ' 라고 외치는 이 에세이에서

책을 통해 삶을 배운 한 어른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책을 읽는 것이 ' 쓸모없는 일 ' 일 수 있다고 말한다.

" 하지만 최소한 그 일을 하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면,

이 불확실한 삶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쓸모있는 일을 이미 한 것이 아니냐고 "

 

나에게 책이란
운동신경 제로의 꼬마에게 방구석에서 허풍선이 남작과 가르강튀아를 따라 대모험을 떠나게 해주던 날개.
부잣집 도련님 친구의 천장까지 가득찬 서가 앞에서 남의 인생을 빼앗고 싶은 리플리의 심정을 느끼게 하던 동경.
세로글씨의 누렇게 바랜 책장을 넘기며 제갈량, 양산박 호걸, 오다 노부나가, 사이토 도산을 만나러 가게 해주던 타임머신.
맹수의 포효에 몸을 떨며 비니키우스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작은 새 같은 리기아를 보며 조숙하게 찾아온 사춘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중 나는 어느 쪽 인간일까 고민하게 하던 중2병앓이.
대학 문에 들어선 후 접한, 암호 같은 줄임말로 불리던 모피어스의 빨간약들.
하지만 어느 이즘보다 먹고사니즘이 중하기에 억지로 머리에 쑤셔넣어야 하던 지식의 파편들.
밥벌이는 하면서도 변하는 세상의 가속도를 감히 따라잡아보려 번지르르한 실용적 지식만 찾아 헤맨 어리석음의 증거들.
뒤늦게 아무 써먹을 데 없어도 가슴을 설레게 하던 옛 기억을 떠올려 재회하는 고전이라는 이름의 첫사랑들.
하지만 속절없이 〈아는 형님〉 〈왕좌의 게임〉 다시보기와 카톡방, 페북에 넘쳐나는 석 줄짜리 언어들에
뒷전으로 밀리곤 하는 퇴기退妓.


언제나 사랑했고,
언제나 쉽게 버렸던 친구.

널 읽고 싶어.
마지막 장까지.

< 쾌락독서 > 문유석 판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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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 읽기인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다.
책방에 가거나, 사는 것은 분야를 따지지 않고 좋아했으나
책을 몰입해서 읽는 것은 잘 못해서, 읽은 책이 많은 것은 아니다.

기억이 나는 한에서 본격적으로 책에 대해서 꿈꾸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 한 도서관에서 읽은 ‘책 읽으며 사는 삶’에 대한 책을 읽었을 때인데,
책의 이름도 저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책의 내용은 오로지 저자가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빈둥빈둥 책만 읽으며 사는 삶에 쓴 책이었다는 것이다.

책만 읽으며 사는 삶이 얼마나 좋은지,
이 세상에 재밌는 책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주야장천 풀어낸 책이다.

오랜만에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며 읽었고,
저런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 당시 어린 나이에도, 이 사람 뭘 먹고 살려고 이러지 하고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책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작가는 아니었다.

그 다음으로 기억나는 책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과 ‘청춘의 독서’이다.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읽게된 책으로 기억하는데(이 시간의 끊김 어쩔 것이냐)
내용은 자세히 기억 나지 않고,
유시민 작가의 글과 독서로 가득했던 유년 시절이 부러워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책에 대한 ‘책’을 읽기로 마음 먹은 건
책을 읽고 글을 쓰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본격적으로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는가?


회사를 휴직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이 시점에서
나는 왜 본격적으로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는가?

첫번째로는 글을 이해하고 만들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짧은 메일이라도 글을 써야할 때가 많았고,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문장력이 뛰어난 이들과 나를 비교하며 감탄할 때도 많았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은 글을 발간하는 매 순간 겪는 불안함이었다.

이는 나의 매우 부족한 글 취급양 때문일 것이고,
여유 시간 동안 글을 마구잡이로 취급하면 나아질거라고
막연하지만 확실하게 믿고있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다.

두번째로 나는 완벽하게 글을 써야한다는 병에 걸려 있다.
그럴듯한 글쓰기가 있다고 믿는 초짜다. (이 병은 고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써서 어디에든 제출하지 않으면
내 글을 어디에서도 아무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세번째로는 스토리에 대한 흥미다.
드라마에 환장한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연출과 연기에 대한 개인 취향이 물론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드라마적 스토리를 사랑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재구현하는 것에 매우 흥미를 느낀다.

이러한 이유들로 나는 책을 읽고 내 생각을 글쓰기로 기록하기로 했다.
북 블로거로 인정받거나, 독서 인플루언서가 되어 돈을 벌게되는게 당장의 목표는 아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만)

내 공간이 있고,
사람들이 그 글을 읽고,
의견을 공유해준다면,
의견을 함께 나누고 싶고
오랜 시간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읽은 흔적을 남기고 싶다.
내 글을 읽고 내가 읽은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면 가장 좋겠다.

지식에 대한 탐구에 흥미가 많은 것은 절대 아니어서,
오히려 책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에 더 흥미가 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니?’ ‘혹시 이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할 건데 들을 생각이 있니?’ 정도
받아들일 수있는 글이면 좋겠다.

그리고 내 삶이 이것으로 조금은 변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독서의 기록을 쓴 저자 꿈꾸는 유목민은
삶의 돌파구로 책을 선택하고, 독하고 빡세게 읽기 시작한 사람이다.
몇 장 안 읽고도 저자의 이런 빡센 독서는 내가 따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두손 두발을 들었다.
그럼에도 계속 책을 읽었던 건,
‘책을 때려붓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믿는 믿음에는 전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북 인플루언서가 되는 길을 알려주는데,
주중에는 하루에 4시간 씩 읽어대고
주말에는 하루종일 읽어대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 편씩 블로그 글을 써대면
그래…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만큼의 책에 대한 믿음과 동기부여가 되어있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저자가 책을 읽기 시작한 동기 중에 인상깊었던 내용이
“내가 모두 남 탓을 하고 있더라”는 고백이었다.

그즈음 독서를 하면서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만 빼고 다 이상하다면, 어쩌면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닐까?

- <독서의 기록>, 안예진



나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이것이었는데,
다른 이들의 부족한 면을 곱씹으며 힘들어하다가
결국은 이런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자책으로 빠져
나를 탓하는 마음으로 속을 썩었다.

 

대신 회사에서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업무가 아닌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 마음의 중심을 잡는 일이 먼저라고 깨달았다.
문제가 나를 제외한 외부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자기 결정권을 갖게 되면서 불평 대신 해결책을 먼저 생각하고 찾게 되었다.

- <독서의 기록>, 안예진



나처럼 책을 읽어야하는데 하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스스로 독서를 시작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는 계기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모두 저자와 같은 동기로 책을 펼치지는 않을테지만,
저자와 같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며, 책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저자를 따라 핫한 북 인플루언서가 되고자 본보기로 삼는다면,
너무 힘든 따라가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독서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변하고자 하는 절실함 때문이었다. 독서로 얻은 가장 값진 결과는 불안과 두려움에 대한 문제를
내 안에서 찾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마음의 불편함과 분노를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핑계 대지 않게 되었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가능해졌다.
두려움의 감정들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쌓인 스토리텔링의 결과이지 실체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나 빼고 주변 사람들이 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 번 뒤집어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그런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변화할 준비가 된 것이다. 변화는 변화하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에서 시작되고,
변화할 준비가 된 사람에게는 마치 운명처럼 필요한 책들이 찾아온다.

- <독서의 기록>, 안예진




총평 : ⭐️ ⭐️ ⭐️ ✨ (3.5)

흥미 유발 : ⭐️ ⭐️ ⭐️  (3.0)

쉽게 읽히는 글 : ⭐️ ⭐️ ⭐️ ⭐️ (4.0)

감성 지수 : ⭐️ ⭐️ ⭐️ (3.0)

신선함 : ⭐️ ⭐️ ⭐️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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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처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제목을 봤을 때, 재밌는 판타지 소설 한 편을 떠올렸다.
하지만 책의 판타지적인 첫 인상과 달리,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모두 작가가 진료한 신경학적 환자들에 대한 실제 진료 사례집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또한 그가 진료한 환자 중 한 사람이었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실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픈 사람들의 증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로워하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흥미롭다!

고치지 못할 것 같은 병들에 명확한 원인이 있고,(의학적으로 100%라고 할수 없다고 해도)
뇌의 특정 부위의 오작동에 대한 임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내내 기존 나의 무지에서 오는 선입견이 깨어지는 흥미로움이 있었다.

무작정 몹쓸 병에 걸린 사람 취급 하기보다 그 원인을 이해하고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은 일이라고.
스스로 감정이입하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했다.

사고로 뇌에 직접적인 외상을 입어 뇌의 정밀진단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가 신경학과를 찾아 진료를 받을 일이 있을까?
(내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신경외과’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열심히 볼 때 만났던 전미도 배우의 역할이 전부다.)
그만큼 ‘병원’ 신경학과는 우리와 거리가 매우 멀다. 어디가 아플 때 가는 곳인지? 어떤 진료를 보는 곳인지???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내가 신경학과를 가보지 못한 것이 그저 내가 운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색슨이 소개한 환자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뇌의 우리’와 다르지 않고, 단지 ’뇌의 한 부분’의 고장으로 다른 삶을 살아야만 했다.
환자들은 이미 신체의 ‘이상한’ 반응이 진행되었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먼저 정신과적 상담을 받고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고 아내의 얼굴을 쓰려고 모자를 찾는 남편,
일과중에 예전에 들었던 같은 노래가 시도 때도 없이 귓가에 맴도는 여자,
눈에 보이는 멀쩡한 다리가 잘려나간 것처럼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남자,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에서는 문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어진 남자와 갑자기 글을 읽지 못하게 된 여자,
애인을 충동적으로 살인을 하고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 까지.

이 모든 증상은 내가 알고 있던 어떤 병의 증상들은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해진’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얼핏 들어봐서 알고있던 ‘투렛 증후군’, ’틱 장애‘ 외에도
신경학적 임상 사례가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 사실은 나의 가설을 뒷받침해주기도 했는데,
나는 예전부터 모든 사람들이 정신과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해왔다.
의학적인 지식이 없기에 내가 진단할 수는 없지만,
성장 배경,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 등에서 얻은 결함이 정신과적 증상으로 나타나고있고,
그 증상에 해당하는 어떤 의학적 병명이 분명히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사회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생각해낸 방식이지만,
아니라고 할 만한 반증을 찾아내고 생각을 고쳐먹은 적은 없었다.(사회생활 8년동안)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오히려 반대로 모두 다 정신적으로 정상 범주에 속하는게 아닐까?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이런 강한 증상을 겪고있는 그들도 모두 정상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색슨의 소개를 통해 그들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게되면서
그들은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똑같이 자신의 정체성과 효용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색슨이 이 책을 쓰게된 목적 중 하나가 아닐까.

이 책의 목차는 환자들이 겪는 증상들을 큰 분류로 나뉘었다.

- 상실
- 과잉
- 이행(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것들)
- 단순함의 이해(단순해졌을때 더 빛을 발하는 것들)

목차를 보면 볼 수록, 너무 흔한 우리의 오늘의 시행착오들에 대한 분류와 같다.

나는 오늘 정해놓은 기상 시간을 달성하지 못해 자신감을 조금 상실했고,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여 SNS에 감정 과잉의 글을 올렸으며,
밥을 먹으며 습관적으로 유투브를 틀어 Shorts를 수십편 보았으며,
멍하니 4시간째 카페에 앉아 감상에 집중하려 애쓰며 이 글을 쓰고 있다.(지금 최고조로 감상 폭발 상태)


📌 신경학과(Neurology)와 정신의학과(Psychiatry)의 차이에 대하여

신경학이란 뇌, 척수, 신경 및 근육 시스템과 관련된 질병, 장애 등을 진료한다.
뇌 스캔, 혈액 검사, 신경학적 평가 등을 사용하여 진단하고 약물 치료, 물리 치료 등을 통해 환자를 치료한다.

정신의학은 정신적인 문제와 심리적인 질병, 정신 건강 장애를 진료한다.
우울증, 불안 장애, 조현병, 강박증 등이 대표 적인 질병 사례이다.
정신적인 문제를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측명에서 평가하여 진단하고
심리 검사, 인터뷰, 환경적인 요인 등을 고려하여 진단한다.
약물 치료, 인지행동치료, 대화 요법 등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환자의 증상이 신체적인 원인과 정신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두 분야 의학이 협력하여 접근하는 방식으로 환자를 치료하기도 한다.




총평 : ⭐️ ⭐️ ⭐️ ⭐️(4.0)
흥미 유발 : ⭐️ ⭐️ ⭐️ ⭐️ (4.0)
쉽게 읽히는 글 : ⭐️ ⭐️ ⭐️ ✨(3.5)
감성 지수 : ⭐️ ⭐️ ⭐️ (3.0)
신선함 : ⭐️ ⭐️ ⭐️ ⭐️ ✨(4.5)
 


< Tvn 책읽어드립니다 설민석 줄거리 정리 유투브 >

https://youtu.be/yucdmrNY0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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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e북 앱으로 처음 완독한 [어머니의 유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어머니의 유산’이라는 책 제목이 다시 보였다.
아, 어머니의 유산이 의미하는 것이 제일 먼저 떠오른 물질적 경제적 가치의 유산 뿐이 아니구나.
어머니가 남겨주신 것은 딸의 전 생애에 이미 걸쳐있고, 돌아가시기 전 이미 받았고, 돌아가신 순간 경제적 가치로 넘겨졌으며,
앞으로 미쓰키가 남은 여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반영될 것이다.

유산을 성격별로 항목별로 구분해보면 무엇이 있을까?


첫번째로, 경제적 도움이 되는 자산. 미쓰키는 어머니가 살던 집을 팔면 받을 수 있는 돈을 언니와 나누어 가질 수 있다.
미쓰키는 어쩌면 길고도 고된 어머니의 병수발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에 돈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미쓰키가 어머니의 말년을 보며 ‘제발 언제 죽어줄까’를 속으로 외친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하지만 막상 유산을 물려받게 되고, 그 돈으로 남은 생을 남편의 도움없이 살아갈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을 때는
어머니와 그의 남겨진 유산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감사하게 되었다. (자산이란 그런 것일까)

두번째로는, 어머니의 취향. 값 비싼 것으로 치장했던 어머니의 소비, 치장 습관이 딸에게 영향을 주었다.
미쓰키는 어머니의 사치에 대해 치를 떨었으나, 나는 이것이 물려받을 만한 꽤 좋은 습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옷을 예로 들어보아도, 대게 엄마의 옷장과 딸의 옷장은 아주 비슷하거나, 아주 극명하게 다르다.

엄마의 취향이 딸을 점령한 경우이거나, 난 엄마와 철저히 다르다며 두드러지게 반대되는 취향의 옷을 입는 경우.
(이 경우 엄마와 옷을 전혀 공유할 수 없어서 오는 손해가 꽤 크다)
이렇듯 엄마의 취향대로 ‘입어 졌던’ 옷은 사춘기를 넘어 딸에게 길게 영향을 남긴다.  
전자든 후자든, 경제적인지보다 우선되어 심미적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결단력있는 소비 습관, 안목은 물려받아 지는 것이다.
비싼게 좋고 예쁘더라는 경험에서 나오는 안목은 딸이 어느 날 갑자기 깨닫게 되는 종류의 사치는 아니다.
물론 경제적 상황이 중요한 변수이겠으나, 미쓰키의 어머니의 사례에서도 보았듯 주머니사정에 의해 쉽게 포기되는 습관이 아니다.
미쓰키가 혼자 살 집을 구하며 제일 먼저 외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얇고 좋은 천을 창문에 걸어두고 뿌듯해하는 모습은 내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의외의 모습이었다.

세번째로, 이성에 대한 태도. 미쓰키의 어머니가 같이 살기로 선택했던 여러 명의 남자들과 그들에 대한 태도이다.
미쓰키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어머니를 온 힘으로 부정했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태도는 거의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미쓰키는 책이 끝날 때까지 남편 데쓰오만을 생각했다.
(마쓰바라씨의 등장과 그의 명함을 찢으며 퇴장하는 전개도 결국 데쓰오를 생각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랑했든 사랑하지 않았든, 미쓰키는 엄마와 철저하게 다른 태도를 보여줬다. 이렇게 달라도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산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까.
어머니의 생애에 걸친 남자들을 바라보며(요코하마의 그 남자까지), 미쓰키는 계속해서 판단을 내리고 결정을 내려보았을 것이다.
어떤 이성을 내 곁에 두는 것이 좋을지, 이성에게 어떤 것을 취하면 좋을지. 그러면서 미쓰키의 배우자에 대한 가치관이 성립된 것은 아닐까.
미쓰키가 파리에서 데쓰오를 선택하게된 과정에서 미쓰키는 어머니와 철저히 달랐다.
데쓰오의 재력보다 지적인 매력을 높이 샀으며, 성대한 결혼식과 예쁜 드레스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이미 결정해놓은 것 처럼 자신의 결혼을 부모에게 통보했을 뿐이었다.

또한 미쓰키가 데쓰오와 헤어지는 과정은 필요 이상으로 이성적이서, 미쓰키의 MBTI까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아마 ISTJ?)
미쓰키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지독하게 일방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미쓰키는 데쓰오에게 공평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작가의 리드에 따라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표류하다가 끝맺은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들 덕에 흥미진진했으나 내가 원하는 결말대로 끝날 것 같지 않아 불안한 마음으로 따라 읽었다.

이 책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뭘까?


고민하며 읽었는데 미즈무라 미나에 작가의 인터뷰를 읽고나서 그녀가 딱히 전하고싶은 교훈같은 건 없었고,
그저 이 3대의 모녀의 각 시대의 삶을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었구나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유산으로 받은 것과
그 중에서 물려받았으나 부모와 같지 않은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보게 되었다.

미쓰키가 언니에게 밀려 어머니에게 항상 홀대받는 둘째였음에도,
자신만의 선택을 해나가며 50대에 비록 건강하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당당한 삶을 살기 시작하게된 계기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50대의 나이라면 부러워할만한 삶이다.)

추가로 이 책에서 더 고민해볼만한 부분이 있다면 (독서 모임용)
-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시대적 배경에 따른 태도,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해하려는 딸들의 고민 (일본 역사를 잘 몰라서)
- 미쓰키는 왜 그렇게 어머니를 잘 챙겼는지.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 미쓰키는 데쓰오에게 그렇게 밖에 하지 않았을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는데도)
- 호텔에서의 10일은 미쓰키에게 어떤 힐링이 되었을까? 어떤 의미의 힐링일까? (더 괜찮은 방식은 없었을까?)
-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양육 방식에 따른 자녀의 자존감이다. 자존감을 자신에 대한 나의 생각/존중 이라고 한다면,
   첫째에 비해 케어받지 못했던 둘째 미쓰키는 자존감 형성에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었다. 하고 추천할 수는 없지만, 끝까지 뻔하지 않게 끌고 갔던 진행에 손을 뗄 수 없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책을 읽던 중간 멍을 때리며 생각해보게되는,
감정이입이 잘되었던 소설.
최근 엄마와의 관계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딸이라면
눈물과 한숨과 함께 손에서 놓지 못할 소설.




총평 : ⭐️ ⭐️ ⭐️ ✨(3.5)
흥미 유발 : ⭐️ ⭐️ ⭐️ (3.0)
쉽게 읽히는 글 : ⭐️ ⭐️ ⭐️ ⭐️(4.0)
감성 지수 : ⭐️ ⭐️ ⭐️ ⭐️(4.0)
신선함 : ⭐️ ⭐️ ⭐️ ✨(3.5)


『어머니의 유산』 미즈무라 미나에 작가 인터뷰
https://ch.yes24.com/Article/View/54537

 

일본 현대 문학의 거장, 미즈무라 미나에 작가 인터뷰 | 예스24 채널예스

어머니가 사망한 날, 실버타운에서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따져보는 자매의 통화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신문 연재 당시 모녀 관계와 나이듦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로 수많은 독자의 공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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