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제목을 봤을 때, 재밌는 판타지 소설 한 편을 떠올렸다.
하지만 책의 판타지적인 첫 인상과 달리,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모두 작가가 진료한 신경학적 환자들에 대한 실제 진료 사례집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또한 그가 진료한 환자 중 한 사람이었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실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픈 사람들의 증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로워하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흥미롭다!
고치지 못할 것 같은 병들에 명확한 원인이 있고,(의학적으로 100%라고 할수 없다고 해도)
뇌의 특정 부위의 오작동에 대한 임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내내 기존 나의 무지에서 오는 선입견이 깨어지는 흥미로움이 있었다.
무작정 몹쓸 병에 걸린 사람 취급 하기보다 그 원인을 이해하고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은 일이라고.
스스로 감정이입하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했다.
사고로 뇌에 직접적인 외상을 입어 뇌의 정밀진단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가 신경학과를 찾아 진료를 받을 일이 있을까?
(내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신경외과’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열심히 볼 때 만났던 전미도 배우의 역할이 전부다.)
그만큼 ‘병원’ 신경학과는 우리와 거리가 매우 멀다. 어디가 아플 때 가는 곳인지? 어떤 진료를 보는 곳인지???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내가 신경학과를 가보지 못한 것이 그저 내가 운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색슨이 소개한 환자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뇌의 우리’와 다르지 않고, 단지 ’뇌의 한 부분’의 고장으로 다른 삶을 살아야만 했다.
환자들은 이미 신체의 ‘이상한’ 반응이 진행되었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먼저 정신과적 상담을 받고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고 아내의 얼굴을 쓰려고 모자를 찾는 남편,
일과중에 예전에 들었던 같은 노래가 시도 때도 없이 귓가에 맴도는 여자,
눈에 보이는 멀쩡한 다리가 잘려나간 것처럼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남자,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에서는 문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어진 남자와 갑자기 글을 읽지 못하게 된 여자,
애인을 충동적으로 살인을 하고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 까지.
이 모든 증상은 내가 알고 있던 어떤 병의 증상들은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해진’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얼핏 들어봐서 알고있던 ‘투렛 증후군’, ’틱 장애‘ 외에도
신경학적 임상 사례가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 사실은 나의 가설을 뒷받침해주기도 했는데,
나는 예전부터 모든 사람들이 정신과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해왔다.
의학적인 지식이 없기에 내가 진단할 수는 없지만,
성장 배경,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 등에서 얻은 결함이 정신과적 증상으로 나타나고있고,
그 증상에 해당하는 어떤 의학적 병명이 분명히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사회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생각해낸 방식이지만,
아니라고 할 만한 반증을 찾아내고 생각을 고쳐먹은 적은 없었다.(사회생활 8년동안)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오히려 반대로 모두 다 정신적으로 정상 범주에 속하는게 아닐까?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이런 강한 증상을 겪고있는 그들도 모두 정상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색슨의 소개를 통해 그들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게되면서
그들은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똑같이 자신의 정체성과 효용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색슨이 이 책을 쓰게된 목적 중 하나가 아닐까.
이 책의 목차는 환자들이 겪는 증상들을 큰 분류로 나뉘었다.
- 상실
- 과잉
- 이행(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것들)
- 단순함의 이해(단순해졌을때 더 빛을 발하는 것들)
목차를 보면 볼 수록, 너무 흔한 우리의 오늘의 시행착오들에 대한 분류와 같다.
나는 오늘 정해놓은 기상 시간을 달성하지 못해 자신감을 조금 상실했고,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여 SNS에 감정 과잉의 글을 올렸으며,
밥을 먹으며 습관적으로 유투브를 틀어 Shorts를 수십편 보았으며,
멍하니 4시간째 카페에 앉아 감상에 집중하려 애쓰며 이 글을 쓰고 있다.(지금 최고조로 감상 폭발 상태)
📌 신경학과(Neurology)와 정신의학과(Psychiatry)의 차이에 대하여
신경학이란 뇌, 척수, 신경 및 근육 시스템과 관련된 질병, 장애 등을 진료한다.
뇌 스캔, 혈액 검사, 신경학적 평가 등을 사용하여 진단하고 약물 치료, 물리 치료 등을 통해 환자를 치료한다.
정신의학은 정신적인 문제와 심리적인 질병, 정신 건강 장애를 진료한다.
우울증, 불안 장애, 조현병, 강박증 등이 대표 적인 질병 사례이다.
정신적인 문제를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측명에서 평가하여 진단하고
심리 검사, 인터뷰, 환경적인 요인 등을 고려하여 진단한다.
약물 치료, 인지행동치료, 대화 요법 등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환자의 증상이 신체적인 원인과 정신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두 분야 의학이 협력하여 접근하는 방식으로 환자를 치료하기도 한다.
총평 : ⭐️ ⭐️ ⭐️ ⭐️(4.0)
흥미 유발 : ⭐️ ⭐️ ⭐️ ⭐️ (4.0)
쉽게 읽히는 글 : ⭐️ ⭐️ ⭐️ ✨(3.5)
감성 지수 : ⭐️ ⭐️ ⭐️ (3.0)
신선함 : ⭐️ ⭐️ ⭐️ ⭐️ ✨(4.5)
< Tvn 책읽어드립니다 설민석 줄거리 정리 유투브 >
https://youtu.be/yucdmrNY0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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