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책 읽기인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다.
책방에 가거나, 사는 것은 분야를 따지지 않고 좋아했으나
책을 몰입해서 읽는 것은 잘 못해서, 읽은 책이 많은 것은 아니다.
기억이 나는 한에서 본격적으로 책에 대해서 꿈꾸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 한 도서관에서 읽은 ‘책 읽으며 사는 삶’에 대한 책을 읽었을 때인데,
책의 이름도 저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책의 내용은 오로지 저자가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빈둥빈둥 책만 읽으며 사는 삶에 쓴 책이었다는 것이다.
책만 읽으며 사는 삶이 얼마나 좋은지,
이 세상에 재밌는 책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주야장천 풀어낸 책이다.
오랜만에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며 읽었고,
저런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 당시 어린 나이에도, 이 사람 뭘 먹고 살려고 이러지 하고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책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작가는 아니었다.
그 다음으로 기억나는 책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과 ‘청춘의 독서’이다.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읽게된 책으로 기억하는데(이 시간의 끊김 어쩔 것이냐)
내용은 자세히 기억 나지 않고,
유시민 작가의 글과 독서로 가득했던 유년 시절이 부러워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책에 대한 ‘책’을 읽기로 마음 먹은 건
책을 읽고 글을 쓰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본격적으로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는가?
회사를 휴직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이 시점에서
나는 왜 본격적으로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는가?
첫번째로는 글을 이해하고 만들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짧은 메일이라도 글을 써야할 때가 많았고,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문장력이 뛰어난 이들과 나를 비교하며 감탄할 때도 많았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은 글을 발간하는 매 순간 겪는 불안함이었다.
이는 나의 매우 부족한 글 취급양 때문일 것이고,
여유 시간 동안 글을 마구잡이로 취급하면 나아질거라고
막연하지만 확실하게 믿고있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다.
두번째로 나는 완벽하게 글을 써야한다는 병에 걸려 있다.
그럴듯한 글쓰기가 있다고 믿는 초짜다. (이 병은 고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써서 어디에든 제출하지 않으면
내 글을 어디에서도 아무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세번째로는 스토리에 대한 흥미다.
드라마에 환장한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연출과 연기에 대한 개인 취향이 물론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드라마적 스토리를 사랑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재구현하는 것에 매우 흥미를 느낀다.
이러한 이유들로 나는 책을 읽고 내 생각을 글쓰기로 기록하기로 했다.
북 블로거로 인정받거나, 독서 인플루언서가 되어 돈을 벌게되는게 당장의 목표는 아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만)
내 공간이 있고,
사람들이 그 글을 읽고,
의견을 공유해준다면,
의견을 함께 나누고 싶고
오랜 시간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읽은 흔적을 남기고 싶다.
내 글을 읽고 내가 읽은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면 가장 좋겠다.
지식에 대한 탐구에 흥미가 많은 것은 절대 아니어서,
오히려 책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에 더 흥미가 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니?’ ‘혹시 이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할 건데 들을 생각이 있니?’ 정도로
받아들일 수있는 글이면 좋겠다.
그리고 내 삶이 이것으로 조금은 변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독서의 기록을 쓴 저자 꿈꾸는 유목민은
삶의 돌파구로 책을 선택하고, 독하고 빡세게 읽기 시작한 사람이다.
몇 장 안 읽고도 저자의 이런 빡센 독서는 내가 따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두손 두발을 들었다.
그럼에도 계속 책을 읽었던 건,
‘책을 때려붓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믿는 믿음에는 전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북 인플루언서가 되는 길을 알려주는데,
주중에는 하루에 4시간 씩 읽어대고
주말에는 하루종일 읽어대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 편씩 블로그 글을 써대면
그래…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만큼의 책에 대한 믿음과 동기부여가 되어있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저자가 책을 읽기 시작한 동기 중에 인상깊었던 내용이
“내가 모두 남 탓을 하고 있더라”는 고백이었다.
그즈음 독서를 하면서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만 빼고 다 이상하다면, 어쩌면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닐까?
- <독서의 기록>, 안예진
나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이것이었는데,
다른 이들의 부족한 면을 곱씹으며 힘들어하다가
결국은 이런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자책으로 빠져
나를 탓하는 마음으로 속을 썩었다.
대신 회사에서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업무가 아닌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 마음의 중심을 잡는 일이 먼저라고 깨달았다.
문제가 나를 제외한 외부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자기 결정권을 갖게 되면서 불평 대신 해결책을 먼저 생각하고 찾게 되었다.
- <독서의 기록>, 안예진
나처럼 책을 읽어야하는데 하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스스로 독서를 시작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는 계기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모두 저자와 같은 동기로 책을 펼치지는 않을테지만,
저자와 같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며, 책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저자를 따라 핫한 북 인플루언서가 되고자 본보기로 삼는다면,
너무 힘든 따라가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독서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변하고자 하는 절실함 때문이었다. 독서로 얻은 가장 값진 결과는 불안과 두려움에 대한 문제를
내 안에서 찾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마음의 불편함과 분노를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핑계 대지 않게 되었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가능해졌다.
두려움의 감정들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쌓인 스토리텔링의 결과이지 실체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나 빼고 주변 사람들이 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 번 뒤집어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그런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변화할 준비가 된 것이다. 변화는 변화하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에서 시작되고,
변화할 준비가 된 사람에게는 마치 운명처럼 필요한 책들이 찾아온다.
- <독서의 기록>, 안예진
총평 : ⭐️ ⭐️ ⭐️ ✨ (3.5)
흥미 유발 : ⭐️ ⭐️ ⭐️ (3.0)
쉽게 읽히는 글 : ⭐️ ⭐️ ⭐️ ⭐️ (4.0)
감성 지수 : ⭐️ ⭐️ ⭐️ (3.0)
신선함 : ⭐️ ⭐️ ⭐️ ⭐️ (4.0)
'책 읽기와 글쓰기 >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을 말하다, 팀 켈러 - 뒤틀린 결혼의 실타래를 풀다 (0) | 2023.08.19 |
---|---|
쾌락독서, 문유석 -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함무라비 문유석 판사 독서 에세이 (0) | 2023.07.27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슨 - 책 읽어드립니다 방송 도서 리뷰 (0) | 2023.07.15 |
어머니의 유산, 미즈무라 미나에 - 김영하 북클럽 선정 도서, 일본 소설 추천 (0) | 2023.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