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에는 아기가 잘 있는지 보고 싶어서 2주일 후 진료도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매번 만 14일을 안 채우고 ‘2주 됐다~!’ 하고 진료보러 가고 그랬는데…
임신 후반부로 갈수록 다음 진료 시간이 빨리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
아기가 잘 크고 있어서 너무 다행이고, 빨리 귀여운 아가를 만나고 싶지만
‘그 날’이 두렵기도하고, 내 하루 하루가 더 소중해져서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하는 그런 바람?
미국에서의 두번째 진료 날이 다가왔다.
오늘은 초음파 검사와 임산부 당뇨 검사를 진행하기위해 예약했다.

🟨 초음파 검사
초음파 검사는 매번 방문 시 하는 정기 검사에 포함되어있지 않고,
별도로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다.(보험 없이는 한 회당 $300인 미국 의료시스템 때문일 것이다.)
다니게 된 미국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한번도 검사를 한 적이 없으니,
내가 한국 서류로 제출한 아기의 상태, 그리고 주수, 크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담당 간호사님이 아닌, 다른 분이 별도의 초음파 진료실로 날 데려가셨고 그곳에서 초음파 검진을 받았다.
다른 진료실과 큰 차이는 없었다.
지난번과 같은 진료대가 있었고, 초음파 검사 기계와 초음파 검진 내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모니터가 구비되어있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초음파 기계가 꽤나 신식 같아보였다.(진료대와 비교했을때 신식이라는 그런…말…)
모니터의 화질은 좀 안 좋았지만…
한국에서는 초음파 영상, 사진을 모바일 어플로 공유해주기도 하는데,
왠지 이 곳에는 그런게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
핸드폰으로 레코딩해도 되는지 여쭤봤더니 흔쾌히 당연히 그래도 된다고 하셨다.
초음파 진료는 한국의 정밀초음파 수준으로 봐주셨는데,
또 한국의 정밀초음파 처럼 모든 장기를 디테일하게 봐주시지는 않으셨다ㅎㅎㅎ
그러니까 한국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정기 검진보다는 자세히, 한국의 정밀 초음파보다는 덜 자세히..
한국 정기검진 < 미국 초음파 << 한국의 정밀 초음파
그래도 검진 시간은 20분은 넘게 봤던 것 같다.
얼굴, 팔, 다리(한 쪽씩만^^;;), 심장, 장기 등을 검진하셨고, 기존 한국에서의 진료대로 27주차로 잘 크고 있다고 검진 받았다.
노아는 3주만에 많이 커서 배꼽 위까지 올라왔다.
몸무게도 1kg를 돌파해서 2.5파운드라고!!(1.2kg)
요즘 부쩍 너무 무겁게 느껴져서 주수에 비해 큰 거냐고 물었더니, 주수에 맞게 크고 있다고 하셨는데…
미국 기준으로 주수에 맞는거면, 한국 기준으로는 큰 건가?

🟨 임산부 당뇨 검사 / 기초 신체 수치 검사
초음파를 끝내고 바로 임산부 당뇨 검사를 위한 검사약을 마셨다.
그냥 종이컵에 주셔서 물이냐고 물어봤다ㅋㅋㅋㅋㅋㅋㅋ
맛은 대장내시경 약 정도로 최악을 생각하고 갔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고 게토레이와 그 사이 어딘가.
대기실에서 한 시간 기다리는 사이에 시간 떼우려고 테블릿 pc를 가져갔는데
열어서 뭐 하려고 치면 부르고, 열어서 다시 뭐 좀 보려고 치면 다시 불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국 병원은 각 검사마다 담당자가 다르게 지정되어있고, 나의 담당 의료진은 또 별도로 배정되어있는 시스템이다.
초음파는 초음파 담당 테크니션이 있고, 임산부 당뇨 검사는 검사약 마시는 것부터 ~ 피 검사까지 담당 간호사가 있고,
매번 정기 검사 때 하는 신체 검사(소변 검사, 혈압 체크, 몸무게 검사 등) 담당 간호사가 있고,
그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보고 나와 상담하는 담당 의료진!!!!이 있다.
(당연히 진료 일정 예약 등을 봐주시는 리셉션 직원분도 별도)
그러니 각각의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나를 계속 부르신다.
아직 나를 Park이라고 부르는 게 어색한데, 수차례 불리니 이제 내가 그 Park 이구나 싶어졌다.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하면, 매 번 신체 검사를 아주 자세히 한다는 점인데,
각 종 신체 검사 수치를 전 진료와 비교하고
혈압, 몸무게, 염증 증상은 없는지 등에 대해 물어봐줘서 좀 더 의학적으로 케어받는 다는 느낌을 받았다.

임산부 당뇨수치 검사를 위한 대기 1시간을 아주 알차게 쓴 후,
이제는 정말 오늘의 하이라이트… 과연 나는 당뇨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여러 엄마선배들에게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한국에서 올 때 혈당 검사 기계도 사왔고...
한국 주치의 선생님도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은 모두 임산부 당뇨 고위험군에 포함된다고 겁도 주셨었고…
최근 나의 식습관도 엉망이었는데…(칸쿤 올인클루시부 호텔로 태교여행다녀옴..)
결과가 어떻든 잘 이겨내보자!
당뇨에 걸리면 매주 병원에서 검사받을 수 있고 좋지 뭐! 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간호사님께 불려갔는데,
예상치 못한 새로운 시련을 만났다…
체혈을 위한 체혈의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진료대부터 체혈의자까지 한국 병원에서 보지 못한 처음보는 기구(?)들이 주는 공포감이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주사를 정말 잘 참고 잘 맞는 편이다.
혈관이 얇은 편이라 체혈할 때 혈관을 한번에 잡으시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오른쪽이고 왼쪽이고 여러 번 찔러도 참을 각오가 되어있다.
그런데 체혈 의자에 앉는 순간 겁이 확 나기 시작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너무 쿨한 서양식 애티튜드로 내 팔을 한참 들여다 보시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시며 일단 찔러봐야 알겠다고 하셨다.
첫 시도는 늘 그렇듯 실패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도대체 그는 몇번째까지 쿨할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겁이 많이 났다.ㅎㅎ
다행히 두번만에 성공하셨다!(그녀는 능력자)
피를 꽤 많이 뽑았는데 그녀는 끝까지 너무 쿨했다.(그녀는 쿨한 능력자)
당뇨 수치 검사도 바로 안전 수치라고 말씀해주셨다^0^0^(햄버거 계속 먹어도 된다^0^0^)
자, 이제 다시 대기실로 돌아와 마지막 대기를 한다.
내 주치선생님인 간호사 린지쌤과 마지막 면담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진료실에 들어가(도대체 오늘 몇 번째 방인지ㅎㅎ)
린지쌤에게 오늘 검사 결과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설명을 듣고, 역시나 오늘도 배둘레를 쟀다ㅎㅎㅎ
내 컨디션이 어떤지와 궁금한게 있는지 등등 친절하게 상담해주시고 오늘의 진료를 마칠 수 있었다.
미국에 오기전에 한국에서 산부인과를 정말 여러군데를 다녀봤는데,
담당해주셨던 한국 선생님들은 항상 바쁘셔서 이것 저것 질문드리기가 죄송했는데,
여기 와서는 오히려 더 질문하라고 이런건 어떠냐고 물어봐주어서 약간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내가 영어를 조금만 더 유창하게 했더라면 노아에 대해서 더 많은 걸 물어볼 수 있었을텐데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오늘의 모든 검사에서 노아와 나는 아주 튼튼해서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다음 정기검진 전에 린지쌤의 스케줄이 되는 날짜로 입체초음파도 예약했다.
입체초음파는 보험 적용이 안되고 $150을 내면 예약할 수 있다.(상대적으로 저렴이)
미국 임산부들은 입체초음파를 거의 찍지 않는 것 같았지만
나로서는, 미국에서 입체초음파를 찍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기에.
고민을 많이 해보다가 질러버렸다.
우리 집 아가는 노아가 처음이자 마지막일테니,
입체초음파를 하는게 맞다고 스스로 합리화…^^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에 갈 수 있겠다.
미국 산부인과를 기쁘게 가게되다니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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