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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주 정기검사에서 내진을 받고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았다.
 
원래 내진을 받고나면 하루 정도는 피 비침이 있고, 몸이 무거웠는데
배가 살짝 아파오는 느낌도 들었다.
컨디션이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39주차 1일
그분이 오셨다.
 
진통이 시작됐다.
생리통처럼 진통의 강도가 점점 세졌는데,
처음엔 불편한 정도에서 나중엔 어퍼컷을 한 대 맞은 것 처럼 아픈 정도까지 진행됐고
아팠다가 안 아팠다가 주기가 불규칙했다.

불규칙했기때문에 가진통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진통 기록 어플을 다운받아 기록해보기 시작했다.

시간은 새벽 2시
오늘도 역시나 잠에 못들고 거실로 나와 볼 만한 유투브를 뒤적거리고 있던 때였다.

배아픔을 기록하며 최대한 유투브 영상에 집중해보려고 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정신을 좀 차리고 기록을 보니
진통의 주기가 점차 규칙적으로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투브 영상에 집중 못 할 정도로 강한 진통도 가끔 생겼다.

일단 남편에게 알리기.
남편을 깨워서 상황을 설명하니,
진통의 주기가 좀더 규칙적이게 되면 산부인과에 전화해보자고 하더니
진통으로 아파하는 내 모습을 보고 바로 옷을 입으며 산부인과에 전화를 걸었다.
 
내가 다니고 있던 LEE OBGYN에 전화했더니
다행히 당직 간호사가 받았고
진통 상황을 설명했다.
영어로 어떻게 설명을 하지 싶었지만
임신주수/ 진통주기 등 간략하고 분명한 질문들만 해서
소통하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산부인과에서 전화상으로 출산병원과 연결해주었다.
EAMC에 있는 분만과 간호사가 전화를 받은 것 같았고
LEE OBGYN에서 물어본 것과 같은 간략한 정보를 묻고는
지금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전화 통화는 다해서 10~15분?
생각보다 빨리 전화 컨펌을 받고 병원으로 향할 수 있었다.

정말 미리 출산가방을 싸놓아서 다행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건을 챙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출산병원인 EAMC는 우리집에서 차로 15분 정도 걸린다.
내가 좋아하는 담요를 두르고 차에 올라탔다.
새벽 3시의 밤공기가 사뭇 상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는 점점더 아파왔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이정도는 견딜만해

그치만 15분을 달리며 남편과 했던 이야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슨 농담같은 걸 했던 것 같은데..
아 마지막 식사가 sam’s club의 전기구이통닭이 되었다는 얘기 ㅎㅎ



EAMC는 한국으로 치면 대학병원의 느낌이 났다.
로비로 들어가는 문은 닫혀있었지만
벨을 누르고 설명을 하니 들여보내주었다.

바로 산부인과 병동인 3층으로 이동했고
진료실에서 Health Check를 받았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최소 100가지 이상의 문답을 통해 Health Check를 진행했던 것 같다.

간호사선생님은 연신 아픈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나에 대한 거의 모든 걸 알아 갔다.



그리고 나서야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는데,
담당 의사 선생님이
나의 선생님인 Dr. Mahram이 아니라는게 너무나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왜 이번주 당직이 아니신건지ㅜㅜ
(그 다음날이 주말이었는데 Dr. Mahram은 주말부터 당직이어서
내 입원실에 들러주었다ㅎㅎ)

의사선생님이 내진을 하고는
오늘내로 집에 갈 수 있겠다며
미리 벌써 축하한다고 농담을 던졌다.
난 아파서 잘 안들렸기 때문에
못 알아들었으며,
웃을 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
정색을 했던 것 같다 ㅋㅋㅋ

그 때 이후로도
의사선생님이고 간호사선생님이고 할 것 없이
틈만나면 농담을 하거나, 스몰 토크를 했다.
심지어 분만 중에 push로 힘을 주고 있을 때도
서로 스몰 토크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기가 차서 열심히 정색을 했지만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다.ㅎㅎㅎㅎ

진료실에서 분만실로 이동했는데,
EAMC는 진료실, 분만실, 입원실이 같은 층에 별도로 존재했다.
분만실에는 여러 개의 의자와 tv도 있었는데 골프 채널이 자꾸 나왔다.
생각보다 환경이 좋아서
얘네들이 얼마를 청구하려는건지 약간 무서워졌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통주사가 무제한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자궁문이 3~4cm 열렸을 때부터 9cm이전까지만 무통주사를 놔준다고 들었다.
(직접 경험해본 것은 아니라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은 3~4cm 열렸을 때부터 아기가 나올 때까지 무통주사를 놔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무통주사를 맞을 때까지 한 2~3시간 정도만 진통을 하고
나머지 모든 시간은 무통인 상태로 있을 수 있었다.
아기가 나오기까지 12시간 정도 걸렸는데
계속 약에 취한 상태로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push도 무통인 상태에서 진행했기때문에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힘을 줘야하는지 모른채로
계속 이게 맞는거냐고 물어가면서 진행했다.
도저히 느껴지는게 없어서 도대체 잘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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